2003년 6월 27일
07:35 a.m. Luzern 출발
09:29 a.m. Interlaken Ost 역 도착
기차역이 가까웠으니 망정이지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짐 챙기고, 아침 먹고, 기차역으로 가니 이른 시간인데도 사람들이 은근히 많다. 우리는 그나마 1등석이라 덜했지만, 어제 Luzern으로 올 때와 비교해서 많은 편이다. 아, 우리는 늘 이 커다란 트렁크를 끌고 다녀야하기에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불안하게 짐칸에 둘 수도 없고. 뭐, 별로 가진 것은 없지만 그래도 혹여 누가 가지고 내릴까 걱정이 되서. 꾸역꾸역 우리 자리에 놓아두고 다리도 제대로 못 펴고 앉아있다가 기차가 출발하기에 통로에 놓아두었더니, 기차표 검사하러 오시는 아저씨께서 한 마디 하신다. 의자 사이에 넣어두라고. 아니, 의자 사이에 넣어 둘 곳이 어딨다고!! 다시 우리 앞으로 놓아두었는데, 아저씨 다시 오시더니 "Put the bag between seats!" 어리둥절해 있는데, 아저씨 손가락 방향을 보아하니. 아하! 앞뒤로 놓여있는 의자 사이에 짐을 넣어둘 수 있는 공간이 있었던 것이다. 난 옆 의자 사이를 생각했는데... 작은 생각의 차이가 큰 변화를 가져온다고 누가 얘기했던가. 암튼, 트렁크를 옆으로 세워 그 공간에 넣어놓고는 두 다리 쭉 뻗고 엄마와 스위스의 자연 경관을 감상하며 간간이 감탄사를 내뿜으며. 사실, TV에서나 보던 그런 아름다운 자연을 내 눈으로 직접 보니, 그 감동이란... 무슨 강인지 호수인지를 지나는데, 물에 비친 산의 모습에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 그런 채로 그렇게 Interlaken까지 왔다.
물에 비친 산의 모습은 나를 숨죽이게 했다.
이 Golden Pass를 끊어준, Jungfrau Tours에 의하면, 내려서 Chalet Oberland Hotel 까지 택시를 타라는데, 나름대로 여러 곳에서 한 여행한 지라, 기차역에 내려 안내데스크로 가, 우리의 호텔에 전화를 걸어 가는 교통편을 알아보았다. 의외로 복잡하지 않은 길이었다. 그냥 버스타고 내려서 약간만 걸으면 되는. 스스로에게 뿌듯해하며 그렇게 또 호텔로 갔다. 뭐 오늘도 역시나 우리의 방은 "not ready" 상태였고, 또 reception에 짐을 맡긴 채 나와야했다.
내일은 Jungfraujoch에 올라가기 때문에, 오늘은 시내 구경을 해야한다. Interlaken 역시 자그마한 동네였고 슬슬 걸어다니는데 별 문제가 없어보인다. Ost 역에서 여기까지 오는 곳은 도로도 넓고 한갓지지만, 이 시내는 지나가는 사람 구경만해도 될 것 같다. 우선, 아까 버스를 타고 오면서 지나친 공원쪽으로 향했다. 내가 외국을 좋아하는 이유 중에 가장 큰 것이, 바로 근처에 있는 공원이다. 푸르른 풀밭. 초록 나무. 언제든 쉴 수 있는 그런 쉼터가 있기에 그들의 마음이 여유로운 것은 아닌지. 공원을 왔다갔다 하는데, 저 하늘 위로 무언가가 날라다닌다. 행글라이더. 이 공원으로 착륙하는 모양이다. 강사와 함께 타는데, 퍽이나 재밌어 보인다. 하늘을 난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신나는 일이던가. 옆에서 엄마는 자꾸만 타보라고 하시고, 나 또한 잠시 솔깃했으나. 가격도 만만치 않고, 한 1시간 가량의 비행시간 동안 울 엄마는 무엇을 하실 건가. 그리고 사실 좀 무섭기도 했다. 그리고 구경을 하는 것만으로도 재밌었다. 하지만, 사실 지금도 가끔 그 때 타지 않은 것을 후회하기는 한다. 한 번 타볼껄... 하면서. 아, 다음에 남편과 함께가서 꼭 타보리라!!!
공원을 지나서는 더 이상 볼 만한 것이 없다. 풀 밭에 앉아 잠시 시간을 보낸 뒤, 호텔을 기준으로 서쪽으로 West역까지 걸어갔다. 아까 버스를 타고 오면서 눈여겨 본 이쁜 가게들을 돌아볼 심산이었다. 오늘은 가게를 그냥 지나치지만은 않았다. 달력도 한 두 개 사고, 그 유명한 아이스크림도 맛보고, 쵸콜렛 가게에도 들어가 두어가지를 샀다. 사실, 난 아이스크림을 먹느라 가게 안에는 들어가지 못했고, 엄마만 구경하셨다. - 스위스는 모든 것이 참 철저하다. 규칙이 있으면 반드시 따라야한다. 그들이 잘 사는 이유가 그것이 아닐까 잠시 생각해보았다.
규칙이 있으면 반드시 따라야한다.
스위스에 왔으면 그래도 Fondue는 먹어줘야한다. 지역 음식을 꼭 먹어야하는 것이 나의 여행 규칙이라면 규칙이다. 마침 지나는 길에 퐁듀가게가 보인다. 어느 집이 맛있는 집인지는 알 수 없으니, 깔끔해 보이면 그냥 들어가기로 했다. 이 곳은 야외에도 자리가 있어, 지나는 사람들 구경도 할 겸, 이리로 자리를 잡았다. 가게는 잘 들어온 듯하다. 영어를 모르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데, (참고로 이 지역은 독일어를 사용한다. 그리고 나의 고등학교 3년 세월에 배운 독일어는 아무런 빛을 발하지 못한다. ㅠㅠ) 이런 외지에서 한국말이 통하는 waitress를 만나다니. 그녀는 호텔경영학을 공부한다고 했다. 암튼, 그 유학생 덕분에, 그나마 맛있다는 퐁듀 하나를 시켜놓고, 먼저 나온 빵을 뜯어 먹으며, 누가 치즈를 옮겼는지에 대해, 아니, 그 치즈의 칼로리는 과연 얼마이며, 그를 없애기 위해 어찌해야하는 지에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이러저러는 사이, 마침내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퐁듀가 나타났고, 한 껏 기대에 부풀어 빵을 찍어 먹는데! 으~~ 두 번 다시 먹고 싶은 음식은 아니었다. 짜기도 짜거니와 한 두 번 먹다보면 속이 니글니글해져서 콜라를 아니시킬래야 아니시킬 수가 없었다.
암튼, 그 퐁듀와도 작별을 하고, 우리의 방을 구경할 겸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이 호텔은 Luzern의 것과 비교하면 엄청 크고, 동양 사람들도 많이 여행오는 곳이어서 그런지, 라면 자판기도 있었다. 사람들도 역시나 더 친절하고. 방은 그보단 더 작았지만, 나름대로 경치는 좋은 곳에 자리잡았다. 앞으로는 산이 보이고, 화장실 창을 통해서는 까페들 앞에 있는, 바닥에서 뿜어져나오는 분수(?)도 볼 수 있다. 앞으로 이틀 동안 지낼 곳인데, 이 정도면 대만족!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기어나왔다. 오늘 꼭 들를 곳이 있다. Wildersvil 이라는 마을인데,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