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누려보는 여유로움. 아침 9시 정도 윤미 출근할 때쯤 일어나서, 어제 깎아놓은 과일 먹고, 우유에 씨리얼 말아서 먹고, 내가 좋아하는 레몬진저티를 마시면서 아침 바닷가를 보고 있자니. 캬. 얼굴에 웃음이 절로 난다. 여기에 오늘 배달된 따끈따끈한 신문을 읽고 있으면 지대로 폼나겠지만, 그건 대략 생략하고. ^^ 오전 늦게 슬금슬금 놀려가려니 어찌나 기분이 좋은지.
Just Go에 의하면, Cheung Chau Island는 한 두시간이면 다 돌아볼만큼 작은 섬이라지만, 천천히 즐기며 올 생각이다. 사실 아직 홍콩이라는 도시가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어제 갔던 그 repulse bay beach도 멋지구리 해변들에 비하면 실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여유만큼은 아주 마음에 든단 말이다. 휴대폰도 없으니 누가 방해하는 사람도 없고. 윤미만 괜찮다면 사실 며칠 더 뒹굴거리다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혼자 원룸에서 사는 사람들 심정이 이해간다. 처음만 그럴지도 모르지만. 음... 생각해보니, 영국 기숙사 혹은 미국 기숙사 살 때도 이랬던 것 같다. 뭐 그 때의 아침은 매일 수업 늦을까 부리나케 뛰어가서 여유를 찾을 겨를은 없었지...
Manhattan Heights에서 11시20분 central로 가는 공짜 shuttle bus를 타고 출발.
여튼, central의 exchange square 앞에서 내려서 pier까지 걸어갔다. ifc mall과 pier가 다리로 연결되어있는 것을 모르고 그냥 돌아돌아 걸어갔다. 덕분에 새로 생길 예정인 central pier의 대략 모습도 보긴 했지만. Cheung Chau Island로 떠나는 배는 Pier No.5. 도착하자마자 2분 후에 떠나는 배가 있어, 뭔지도 모르고 그냥 탔다. 책에 의하면 1시간 걸린댔는데, 한 30분밖에 안 걸려서 희한하다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Fast Ferry였다. (Fast Ferry=HK$22.20, Ordinary Ferry's Deluxe class=HK$17.80. 가격차이는 결국 600원도 차이 안나니까, Fast Ferry 탈 것을 추천함. 시간도 빠르고, 의자도 훨씬 좋다. Ordinary Ferry의 딜럭스 클래스는 무슨 선상 restaurant같이 큰 식탁들이 여럿 놓여있고, 흰색 플라스틱 의자가 깔려있다. 그래도 ordinary class의 그 빽빽함에 비하면 훨씬 양반이지만, 어찌보면, 의자는 ordinary class가 더 나은지도... 여튼, Fast Ferry가 최고!)
섬에 처음 도착해서 ferry를 등지고 오른쪽(서쪽)으로 가야할 지 왼쪽(동쪽)으로 가야할 지 망설이다 그냥 한 가운데로 갔다. 자전거가 쭉 놓여있길래 빌려주는 줄 알았더니, 빌려주는 사람이 없다. 근처 상점들어가서 물었더니, 다시 부두로 나가야한다는 거다. 다시 나와서 둘러보아도 자전거만 보이지 사람은 안 보여서 그냥 포기하고 걸었다. 왼쪽인지 오른쪽인지 또 한 참 왔다갔다하다가, 이정표를 발견! 하이킹 코스와 해변이 있는 왼쪽으로 돌기로 했다.
걷고 걷고 또 걷고. (이 곳의 교통수단은 발, 자전거, 경운기스러운 트렉터가 전부다 자동차는 어디에도 없다. 사실 자동차가 지나갈만큼의 폭이 되는 길도 광장을 제외하곤 거의 없다.)
가다가 이 마을의 우체부 아저씨를 만났다. 자전거 뒷좌석에 빨간 박스가 놓여있고, 각 마을에 필요한 우편물을 자전거 앞 바구니에 넣고 다니신다. 너무 정감가서 아저씨가 우편물 배달 간 사이 사진찍으려고 했더니, 금새 나타나서는 그 앞에 딱 포즈잡고 서주시는 것이 아닌가. 뭐 자전거 바구니가 그 덕에 잘리긴 했지만, 이것이 이 곳 우체부 아저씨의 모습이라우.
청차우 섬의 우편배달부
아저씨와 안녕하고 Praya Sreet을 따라, Cheung Kwai Road를 따라, 걷고 걷고 또 걷고.
하이킹 하기 좋다던데, 보이는 사람이라고는 간간히 자전거타고 지나가는 지역주민과, 트렉터를 끌고 다니는 공사인부 할아버지들밖에 안 보인다. 가는 내내 이 길이 맞는지 의심하며, 혹은 걱정하며 한참을 걷다보니, 진정한 hiking길이 나오더라. 그렇다고 없던 사람들이 짠하고 나타난 건 아니지만, 정말 수많은 잠자리떼와, 간간 날아다니는 검은, 그러나 정말 아름다운 푸른 선이 있는 나비와, 호랑나비, 노란나비까지, 그리고 정말 지지배배 우는 여러 종의 새들, 독수리처럼 큰 것들도 있었고, 군데군데 피어있는 야생화들이 나와 동행해주었다.
이름 모를 꽃들
한시간 반동안 걸었나보다. 처음 산에 오를 때 보았던 산 꼭대기의 정자가 내 바로 눈 앞에 나타났다. 사실 이 곳까지 올라올 생각은 아니었는데. 오르다보니 예까지 온 게다.
北眺亭
내려다보니 한 쪽이 완전 'ㄷ'자 형이다. 예전에는 김정호가 어떻게 대동여지도를 그렸을까 신기했는데, 예 올라와보니, 이런 식이라면 지도를 그릴 수도 있겠다 싶었다. 3차원 지도 같아 보이지 않나??


